벼르고 벌렸던 책 중의 하나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김진아 저, 바다 출판사
를 읽었다.
딱히 건설적으로 살지 않았고, 바쁘지도 않았지만
페미니즘 서적은 각잡고 앉아서 읽어야 될 것 같은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기에 미뤘던 탓이다.
게다가 힘든 싸움의 과정을 봐야 하므로
정신적인 인내도 조금 필요하기도 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
가독성 : 🥞🥞🥞🥞
페미니즘 : 🥞🥞🥞🥞🥞
나는 책의 작가가 문예창작과를 나오지 않았다면 읽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다. 다 문창과라도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하지만 이 김진아 작가는 카피라이터라서 그런지
글을 써 내려가는 내공이 상당하다. 혹은 탈고를 많이 했거나,
근데 전자인 것 같다. 핵심적인 요지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줄 아는 작가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에게 페미니즘이 조금 늦게 도래했다는 점이다.
남자들에게 '성 상품의 가치'가 줄어든 40대에서야 깨달았든,
2016년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 사건으로 깨달았든,
조금 더 일찍 페미니스트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솔직히 김진아 작가보다 나한테 하는 소리가 더 맞다.
그렇게 친다면 안 억울한 여성은 없다.
우는 소리 그만하고 여성들은 페미니즘이 정치적인 색채로만
쓰이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멋진 할머니가 되었으면
한다. (손녀가 아닌) 후세대 여성들에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전래동화 보다는
어떻게 투쟁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요새 내가 관심이 많은 분야는 경제, 재테크다.
자연스럽게 책 속에 한 구절에 눈이 꽂혔다.
"(남자에게 돈 쓰지 말고)여자에게 돈 쓰자."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요새 많은 기업들이 페미니즘 물결에 있는 여자들을 의식해 상품을 내놓는 경우도 허다하니
몇 번이고 확인하고 소비하자. 또 성별을 속이는 사람들, 같은 성으로 등쳐먹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니 조심하자.
저번에 드로즈를 사려고 알아봤더니 거의 모든 상품들이
"몸매 보정 가능", 이라거나 "자국이 안 남는 드로즈"
같은 문구들로 판매하고 있었다.
아니면 지나치게 길이가 짧아서 팬티와 구분이 안 갈 것 같은 드로즈,
음부 부분을 미용목적으로 지나치게 뒤쪽으로 재단해 놓은 드로즈들 뿐이라
당분간 사는건 미뤄두기로 했다.
면 속바지를 뒤집어 입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니 한 번 해봐야겠다.
그래도 앞으로도 좋은 드로즈(+여성 기업)가 나온다면 이용해 볼 의향이 있다.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김진아 작가는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나는 무리 지어 사는 울프가 아닌, 여기저기 혼자 다니는 울프라서
쉽지 않겠다 싶었다. 내 꿈이 고독사이니, 말 다했지 뭐.
그나마 조금 있는 여자 친구들이라도 소중히 해야겠다.
일은 경제적 자립을 넘어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해주었다.
그런 일이 사라진다는 건 내가 사라진다는 의미였다.
17p 본문 중
투쟁의 길이 꽃으로만 덮여 있을리 없다. 하지만 '파이 싸움'을 이해하고 나면 여자들까리의 대립과 갈등 국면도 새로워지지 않을까? 기왕 다투는 거 '누가 누가 더 도덕적으로 옳은지'를 가리는 대신 '이것이 여성의 파이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가리는 방향으로 옮겨가면 좋겠다.
34p 본문 중
남자의 얼굴을 한 국가는 여자들이 닥치고 그들의 그림자가 되어 그림자 노동을 제공하길 바란다. 결혼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가장 쉽고 편한 방편이다.
53p 본문 중
믿었던 나의 주체성은 기업과 시장이 장려한 소비자 주체성으로 판명 났다.
79p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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