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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가시가 돋치지 않기 위해

빨간 머리 앤, 마냥은 즐거울 수 없는 인생

by Whensummer 2020.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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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재미있게 봤거나

별생각 없이 봤던 작품들이 

성인 되어서 다시 볼 때는 새로운 의미를 찾거나

마냥 행복하지 않은 작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톰과 제리의 결말이라던가

콩쥐와 팥쥐의 염장 젓갈 엔딩은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삶에 찌든 어른들이 만들어서 그런 걸까요?

그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빨간 머리 앤 역시 자극적인 엔딩은 아니지만

꽤나  우울하고 숨겨진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책입니다.

항상 미디어에는 고아이지만 밝은 소녀,

새로운 가정에서 정착을 하고 

성적 장학금을 받는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소녀

정도로 비치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성인 되어서 읽은

빨간 머리 앤은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상당히 주관적이고 빨간 머리 앤을

감명 깊게 봤던 분이라면

감동이 좀 깨질 수 있음에 주의 바랍니다.)

 

첫 번째, 앤은 상당한 수다쟁이입니다.

지나치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 

많은 편인데요. 제 생각엔

앤이 고아인 데다가 본인 말에

의하면 못생긴 편이므로 말이라도

잘해서 사랑받자 하는 것 같습니다.

관심받고 싶은 아이가 떼쓰고 우는 것처럼

앤은 수다를 이목 집중 용도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상상력을 덧붙여 말을

더 꾸미는 거라고 봅니다.

참 안쓰러운 상황이죠.

 

두 번째, 앤은 실수를 한 상황에서 기가 많이 죽으며

본인을 착하지 않은 아이라고 자책합니다.

그동안 여러 집들을 전전하면서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많이 받았을 앤.

앤은 정신적으로 다 자라지 않은 아이이고,

당연히 어른들의 말을 안 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앤이 만난 어른들은 아마 앤을

가스 라이팅 하며 자기의 입맛에 맞게

컨트롤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실수 안 하고 자라나는

어린이가 어디 있을까요.

 

세 번째, 앤은 외모에 대한

집착이 심합니다.

저는 읽기 전엔 단지 빨강머리라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꽤 많이 

작중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더군요.

앤보다 외모적으로 나은 친구 다이애나와 항상 

자신을 비교합니다.

게다가 앤의 양어머니의 교육지침에 따라

검소한 옷 밖에 입을 수 없었던 앤은 

자신의 처지와 외모를 더욱 비관합니다.

참, 따지고 보면 이런 것들도 다 어른들이

심어준 생각이었겠죠.

앤을 비롯한 세상의 소녀들이

외모를 신경 쓰지 않고

해맑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네 번째, 앤과 다이애나는 사실상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인생과 앤, 다이애나의 행적을 비교하면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조부 밑에서 자람 

=고아인 앤과 비슷한 처지

 

우체국을 운영했던 외조부 밑에서 풍족하게 자람

= 다이애나

 

교사가 되나 우체국 일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감

=교사가 되어 꿈을 펼치는 앤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집에서 머무는 다이애나

 

목사와 결혼한 몽고메리

=교회 목사와 결혼을 꿈꾸는 앤

 

외모가 우수해서 인기가 많았다는 몽고메리

=다이애나, 청년기에 들어선 앤의 작중 묘사.

 

 

등등. 많은 부분에 작가의 인생이 녹아 있습니다.

소설은 허구의 세계라지만 작가의 경험과 

인생관을 배제할 수 없는 게 또 소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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