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달 도서관 행사에 은희경 작가가 왔었다.
코로나 때문에 비록 랜선으로 밖에 마중을 못 했지만
그녀의 진솔하면서도 생각이 깊은 북토 크는 좋았다.
두 시간가량 동안 이것저것 들었는데
그중에 기억나는 건 그녀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단어 선택, 문장 선택을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의미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예전엔 칭찬의 의미로 쓰였지만
지금 시대에 와서는 듣는 사람에겐
기분 나쁠 수 있는 단어들
(물론 예전에도 잘못됐지만 지금에서야
여성들이 더욱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
그래서 나이들 수록 더 배우고 더 고치고
노력한다는 말이었다.
참 관록이 있는 작가가 항상 자신이 더 배우려고
한다니 존경스러우면서도 공감이 갔다.
그리고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도
언급하시면서 분노를 표현하시고
그에 이어 여성들의 목소리를 쓰고 싶으셨다고
해서 빛의 과거라는 책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빛의 과거를 빌려 읽어 보았다.
평점 : 4.95/5 점
은희경 작가가 수려하면서도 담당하게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글을 잘 쓴 것 같고 많이 원고를
탈락시키고 편집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근데 내용이 한 번 읽고 이해가 다 되는 책은
아니라서 약간 천천히 읽거나 여러 번 읽어야 하는
책이다.
줄거리 :
김유경은 서울의 대학에 합격하며 여자 기숙사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개개인의
다름이 어떤 식으로 부딪히고 사건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내용이다.
느낀 점 :
1) 결국 우리 모두의 기억은 김희진처럼 과거를 편집한
것이라면 주인공 김유경 역시 독자들에게 자기 마음대로
편집한 각본을 보여줬던 게 아닐까?
진짜의 소설 스토리가 뭔지는 작가만이 알 것이다.
본인이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만 기억하거나
왜곡해서 사건을 생각하는 둥 여러 사람이 같은
경험을 공유해도 기억은 다른 것처럼 말이다.
2) 정말 인물들이 실제 있는 누군가를 이름만
살짝 바꿔서 쓴 것 처럼 정말 생생하다.
작가의 북 토크에서도 김유경이 거의 작가
분신인 것 같은 뉘앙스를 받았다.
이쯤 되니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거짓인지
궁금하다.
3) 추천인의 말에는 '페미니스트 어쩌고~'
하길래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그냥 모든 여대생들이 할 법한 생각들이 적혀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 말이다.
예를 들어서, 결혼에 따르는 여자만의 경력 포기,
정절, 순결이 요구되는 사회에 대한 반항,
어떤 남자가 자신의 몸보다 마음과 생각에 관심이
있어하는지에 대한 것들 등.
결론 :
한마디로 말하자면
응답하라 시리즈의 현실 반영 편이랄까.
결혼 엔딩이 아닌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는 엔딩.
소장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다.
결국 여자의 지성은 남자를 보필할 때에만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여자가 남자를 능가할 만큼 눈치가 없으면 진정으로 똑똑한 게 아니라는 뜻 아닌가. 똑똑한 걸 드러내지 않고 그 똑똑함으로 남자에게 헌신하는 태도를 제멋대로 현명함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과거의 빛은 내게 한때 그림자를 드리운 뒤 사라졌다. 나는 과거를 돌아보며 무언가를 욕망하거나 탄식할 나이도 지났으며 회고 취미를 가질 만큼 자기애가 강하고 기억을 편집하는데 능한 사람도 못되었다. 뜨거움과 차가움 둘 다 희미해졌다. 그렇다고 해도 '술과 장미의 나날' 시절의 혼란과 환멸을 잊어버린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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