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가시가 돋치지 않기 위해

<서평>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by Whensummer 2021. 2. 20.
반응형

심오함 ★★★★
우울함 ★★★★☆
페미니즘 ★★★★★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 여자다. 
제각기 다른 여자들 -피해자와 가해자 또는 관찰자, 연대자- 
에게 공통된 감정은 '불안' 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불안은 다른 여자들, 혹은 (사실상) 여자들이 서 있는
가부장제로 다져진 사회적인 바닥으로 부터 온다고 할 수 있다.

책 속의 불안과 공포는 영화의 살인마처럼 
갑작스럽고 자극적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마치 어디에선가 물이 조금씩 새어들어오고 있는데
구멍을 못 찾아서 그냥 내버려뒀더니 
어느새 잠식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상황이랄까.
특히 이런 점에서 최진영의 단편소설 <피스> 에서는
그녀들의 엄마 때문에 (사회적인 제약 때문에)
두 재매가 근 20년동안 서서히, 그리고 조용하게
익사(溺死)를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마냥 밑도 끝도 없이 암울하게만 끝나지는 않는다.
여성에게 입은 상처를 또 다른 여성에게 치유 받음으로써 
여성들의 연대를 더욱 튼튼히 하기도 한다. 
<피스>의 두 자매, <단영>의 단영과 아란, 
<삼각지붕 아래여자>의 '나'와 한자, 
<숲 속 작은 집 창가에>의 '나'와 김현진 기자가 그렇다.
만약 남성중심 서사 작품이었다면 애시당초 잔인하게 살해되고,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에 묻혔을 것 같은 피해자 여자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다른 여자와 연대하며 살아가는게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최대한의 해피엔딩이라 생각한다.




뿌리 깊은 애증과 불안의 부정적인 속성들을 유산으로 여기며 상속받을 수 있을 때, 여성들은 증여의 대상이 되거나 증발하듯 사라지기를 그친다.

발문-소멸을 거부하는 여자들 (강지희)

 

++++ 덧. 

전반적으로 읽기 쉽지 않은 책이었다.
내용도 내용이거나와 정신착란(?)및
정신질환을 겪는 여자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자살, 낙태, 귀신 등의 소재가 나오니
트리거를 가지고 계신 분은 조심하시길 바란다.
나 같은 경우는 하루에 하나의 단편만 읽는걸 목표로 해서
일주일에 걸쳐 읽었다. (총 8개의 단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으려고 했던건
책 속의 여자들에게 겨눠지는 총구가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공감했던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모든 여자가 이유없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응형

댓글